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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량기반 인재선발의 이해 (2) 선언적 제도에서 실행 가능한 평가로

작성자: 조환묵  |  작성일자: 2026-04-13  |  조회수: 145
인사관리 전반에 스며든 역량(Competency) 개념

인사관리 전반에서 ‘역량’은 단순한 평가 항목이 아니라 HR 시스템 전체를 구성하는 설계의 기준으로 기능한다. 인사 실무자라면 대부분 동의하겠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조직은 인사제도 전반을 역량 기반으로 설계하고 운영한다. 예를 들어 직무분석의 경우, 전사 공통 역량과 직무 고유 역량을 기반으로 역량별 난이도와 중요도를 설정하고, 이를 직무 평가로 연결하여 보상 및 승진의 기초 자료로 활용한다. 직무급 체계 역시 직무의 가치뿐만 아니라 요구되는 역량 수준을 중심으로 직무 간 상대적 구분을 구성한다.

채용 또한 예외가 아니다. 많은 조직이 조직문화나 핵심가치에 기반한 조직 차원의 필수(핵심) 역량을 도출하고, 이를 기준으로 인재상과 선발 도구를 설계한다. 선발면접은 해당 역량의 존재 유무와 수준을 진단하기 위한 구조화된 질문으로 구성되며, 응답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 사람의 행동 특성을 유추한다. 이러한 방식은 단순한 적합성 판단을 넘어, 지원자가 해당 조직에서 지속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인지를 판별하기 위한 도구로 작동한다.

인사 전반에서 ‘역량’은 단지 평가의 한 도구가 아니라, 사람을 정의하고 성장 경로를 설계하며, 그에 따른 제도를 정당화하는 기준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제 과제는 그 기준을 면접과 같은 실제 선발 과정에서 얼마나 일관되게, 신뢰성 있게, 그리고 실무적으로 적용하느냐에 있다.

‘제도를 위한 제도’ 위기

한국 경영계에 역량(Competency)이 도입된 것은 1990년대로, HRD 분야에서 먼저 학술적 논의와 시범 적용이 시도되었다. 이후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많은 기업들이 글로벌 경영 시스템을 벤치마킹하면서 역량기반 평가 체계를 본격적으로 들여오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주관적이고 정성적인 개념으로만 다뤄졌던 직원들의 태도, 잠재력, 경쟁력 등을 수치화하고 등급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영진과 HR부서의 호응을 받았다. 역량은 이후 민간 기업뿐 아니라 공공기관, 정부, 대학 등의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되었고, 오늘날에는 인재선발과 인사관리 전반에서 하나의 공통 언어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확산 속도에 비해, 역량 체계의 실제 설계와 운영 방식은 정교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많은 조직에서 역량 설계는 시간과 비용의 한계 속에서 주로 결과(또는 성과) 중심으로 진행된다. 표면적으로는 기업의 비전과 핵심가치를 반영한 인재상과 공통역량, 직무역량을 정의하는 과정을 거치지만, 실제로는 유사한 구조와 문구가 반복되는 경우가 흔하다. 예컨대 ‘도전정신’, ‘책임감’, ‘소통능력’, ‘고객지향’ 등은 다수의 기업 인재상에서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이미 상투적이다. 

이런 상황은 역량이 조직 고유의 전략과 맥락에 맞춰 선택적이고 구체적으로 정의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간과하게 만든다. 다시 말해 역량에 기반한 평가를 '제도를 위한 제도'로 전락시키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해당 기준에 따라 사람을 평가하고 선발해야 하는 HR 실무자 입장에서는, 역량이 추상적이고 획일화된 표현으로만 존재할 경우, 활용도는 낮고 부담만 큰 구조가 된다. 이처럼 현실의 역량 설계는 정교한 관찰과 분석보다는 선언적 구호에 머무르는 사례가 많으며, 이는 곧 면접 설계나 교육체계, 평가 도구의 부실로 연결된다.

'역량에 기반한 선발'이나 '인재 채용을 위한 면접 구조화'를 논하기에 앞서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은 “우리는 무엇을 평가하려 하는가?”, “그 기준은 우리 조직 고유의 전략과 연계되어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다. 평가도구의 정교함은 개념 정의의 명확성과 현실 적합성에서 출발한다.

‘과정 중심’ 설계가 중요하다

역량 기반 인사제도의 정착은 표준화된 용어 정의와 구조 설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진정한 역량 평가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평가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고성과자가 특정 목표를 달성한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인식하고, 자원을 활용하며, 판단하고 실행했는지를 분석해야 한다. 즉, 성과를 만들어내는 내면의 구조(문제정의, 가설수립, 실행계획, 협업 방식 등의 복합적 프로세스)를 명확히 정의하고, 이를 측정 가능하게 전환해야만 진정한 의미의 역량 진단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 중심의 진단은 설계 난이도가 매우 높다. 일하는 방식이 유의미한 성과로 연결되려면 장기간에 걸친 관찰과 축적된 평가 결과가 필요하며, 내부 고성과자들의 일하는 패턴을 전사적 관점에서 추출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핵심역량을 조직 전략과 연결하여 정의하려면, 내부 평가자들의 높은 전문성과 관찰력, 해석 능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직성’, ‘커뮤니케이션’, ‘솔선수범’ 등 누구나 공유하는 일반론적 역량만 반복적으로 도출되고, 결국 제도는 명목상 유지되지만 실질적으로는 무력화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확산되고 있는 OKR은 단지 성과 수치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도달하는 진행 과정(Process)의 논리와 방식을 측정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겠다. 인사평가 시스템에서도 정량화된 결과 이상의 것을 평가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강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역량 기반 인사관리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조직 구성원이 무엇을 성취했는지보다 어떻게 일했는지를 먼저 파악하고, 이것을 기반으로 선발, 육성, 평가 전반의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역량 중심의 HR 체계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모든 단계를 성급하게 조직 내부에서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외부의 전문적 경험을 전략적으로 결합하는 방식이 더 바람직할 수 있다. 고성과자 분석, 역량 요소 추출, 진단 도구 설계 등은 전문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조직 맞춤형 솔루션으로 구현이 가능하다. 궁극적으로는 조직 전체가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통해 성과지향적 인재상을 구현하고, 그 기반 위에 지속가능한 조직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역량 설계의 진정한 목적이다.

<사람인>